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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잡생각1

by 이로서로 2024. 3. 8.

개인적으로 하는 생각들을 글로 써놓고 싶은 때가 있다. SNS를 했으면 거기 썼을 것 같은데 하지는 않으니 의식의 흐름으로 블로그에라도 적어야지.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세상이 마치 도미노처럼 가는거라 생각하는 느낌이다. 첫 도미노가 쓰러지면 다음 도미노를 쓰러뜨리고, 그 다음 도미노가 계속 쓰러지듯이 process가 있고 trigger를 하면 process에 맞춰 흘러간 것처럼. 식당에서 주문을 하면 나와야 한다. 쓰고 있는 제품이 잘 작동해야 한다. 작동이 안되면 AS를 맡기면 원래대로 돌아와야 한다. 아침에는 회사를 가고 저녁에 돌아온다. 주어진 일은 해야 한다. 학교는 가야되고 숙제는 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인듯 하다. 하지만 당연한 얘기인건가 당연하게 생각하기에 이를맞추기 위해 노력하는걸까? 아파도 회사에 가고 학교에 간다. 힘들어도 주어진 일은 해야 하고 숙제를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노력 부족을 탓한다.쓰고 있는 제품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모르겠지만 잘 작동해야 한다. 문제가 있는 상태이지만 당연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일하면서 겪은 일들을 생각해보자.

case1) 장비를 고객사에 납품했다. 납품할 때 문제는 없었다. 쓰다보니 장비 성능이 저하되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case2) 계측 장비 마케팅 팀에서 외부에 홍보하는 자료에는 1시간에 100장의 wafer를 측정할 수 있고 이전 장비에 비해 2배 resolution이 좋아졌다고 써져있다. 장비를 납품하고 보니 고객 생각만큼 성능이 안나와서 ship back하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하는가?

 

대응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위 문단만 보면 어떻게든 해결해줘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좀 더 디테일을 보면 사정이 달라보인다.

 

case1) 장비를 고객사에 납품했다. 납품할 때 문제는 없었다. 3 month PM, 6 month PM을 해야 하는데 고객 사정에 의해 못했다. 장비 성능이 안 나온다. 고객이 장비 성능을 탓한다. 어떻게 해야하는가?

case2) 계측 장비 마케팅 팀에서 외부에 홍보하는 자료에는 1시간에 100장의 wafer를 측정할 수 있고 이전 장비에 비해 2배 resolution이 좋아졌다고 써져있다.하지만 실제로는 테스트를 위해 사용하는 웨이퍼에 한정해서 TPT를 극단으로 끌어올린 경우 100장의 웨이퍼를 측정할 수 있고, 고객 웨이퍼에서 가능한지는 모른다. 동시에 TPT를 최대로 끌어 올린 경우 resolution이 보장되지 않는다. 고객은 이를 인지 했는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장비를 샀다. 장비를 납품하고 보니 고객 생각만큼 성능이 안나와서 ship back하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하는가?

 

 

전체 상황을 알면 대응은 간단해진다. case1은 PM을 하자고 하면 되고 case2는 되는 만큼만하고 치우면 될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체 상황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무리한 요구를 당연한 듯 받게 되고, 전후 맥락을 모른 채 대응을 하면 말도 안되는 노력을 해야 한다. case1은 성능 저하되는 원인도 모르는채 부품 교체나 calibration을 반복하며 시간만 보내게 될 수도 있고, case2는 도달 불가능한 수치를 때문에 밤에 잠을 편히 자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참 억울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당연해 보이는 것도 당연히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해보이는 것 뒷면에 내가 모르는 당연하지 않은 상황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상황들을 다 알 수도 없고 파헤치는 노력을 하기도 어렵다. 그렇기에 나는 할 수 있는데 까지만 하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내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 상황에 맞추어 주변 상황도 바뀐다. 나를 푸시해도 변하는게 없다는것을 알게되면 고객이 알아서 PM을 하게 되고, 마케팅 팀은 말도 안되는 spec으로 마케팅을 안하게 된다. 내가 굳이 전후 사정을 알아내서 고객한테 PM해달라고 할 필요도 없고 마케팅 팀한테 뭐라 할 필요도 없다. 

 

일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같다고 본다. 아프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 힘들면 설거지를 안해도 괜찮다. 집이 더러워도 괜찮다. 일을 그만두고 쉬어도 괜찮다. 하지 않아도 되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말로는 쉽지만 역효과를 생각하면 행동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생각보다 큰일이 나지는 않는다. 그걸 알아야 한다. 일을 그만두면 돈이 쪼들리게 되고 학교를 안가고 공부를 안하면 성적이 나빠진다. 일이 바쁜데 힘들다고 휴가쓰고 회사를 안가면 내 평가가 안좋아질 것 같다. 고객 대응을 안하면 매출이 나빠질 것이다. 안좋아질 상황만 생각하면 마음이 후달려서 일을 해야만 할 것 같다.하지만 생각해보자. 최악의 경우는 어떤건가? 돈이 쪼들리면 생활비를 줄여서 덜 맛있는걸 먹게되는 될 거다. 회사를 다니다가 아무리 큰 실수를 하더라도 최악의 경우에는 회사를 나오는 것 말고 더 나빠질 게 없다. 본인의 능력이 있다면 다른 회사에 취직을 하면 된다. 동급의 회사에 취직하지 못하고 급이 조금 낮은 회사에 취직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현재 회사에서 일이 아무리 잘못되도 바닥은 좀 안좋은 회사에 가는 것 정도이다. 나빠져봤자 baseline이 있으니 그것을 감수 할 수 있다면 마음껏 행동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어도 인생 망한게 아니다.

 

내가 부족한 것으로 인해서 목표 달성을 못한 것에 집중하는 것 보다는 이전에 비해 얼마나 나아졌는지 집중하고 계속 진행해야 한다. 고객 요구를 다 만족시키지 못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성과가 있을 거다. 내가 해낸만큼 이전에 비해 발전이 있는 거다. 회사를 그만둬서 돈을 목표만큼 못모으더라도 덜 모은거지 못모은게 아니다. 힘들고 아파서 회사를 못가고 학교를 못하서 안좋은게 아니라, 학교/회사를 다닌 날 만큼 나는 성장한거다. 다이어트를 하다가 하루 동안 폭식을 했다고 다이어트가 실패한게 아니다. 다음날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하루 폭식해서 실패했다고 망연자실하고 그 다음부터 계속 폭식을 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다음날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은 매우 양반이다.운동을 일주일에 3번씩 가다가 한번 빼먹었다고 다음부터 계속 가지 않는 것 보다는 다시 가는게 더 낫다.수능을 앞두고 공부를 잘하다가 하루 학원을 빼먹고 PC방에 갔다고 공부 망한게 아니다. 계속 하자. 이와 같이 성장을 보는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마인드를 업무에 적용해보면 좀 더 좋지 않나 생각이 든다. 

계측장비를 생각해보자. 새롭게 발견된 physics를 이용하여 다른 계측장비보다 더 미세한 구조를 측정할 수 있다. 이제 막 제품을 개발하고 있고, 잠재적인 고객도 있다. 하지만 제품 개발 과정은 험난하다. 여러 험난한 과정을 거치고 나서 제품이 나왔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특정 파트의 문제가 생겨서 예상한 만큼 성능이 안나온다. 장비를 바로 구매해서 사용하고 싶은 고객이 있는데 당장 어떻게 하지 못하면 관심을 잃을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고객도 떠나가고 사업을 접어야 할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여전히 이 장비는 매력적이고, 고객은 인내해줄 것이다. 일부 파트에 문제가 있어도 해결법을 고안하고 언제까지 해결할 거라고 고객에게 알리면 된다.  고객은 이 장비를 만들어낸 당신을 믿어줄 것이다. 예상 spec이 안나오기에 제품 개발에 실패한게 아니라 이미 더 나은 장비를 개발한거다. 

 

어떻게 마무리할지 모르겠다. 회사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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