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작년에 써놓은 이력서들을 보고 연락이 와서 면접을 보다보니 일하는데 집중을 하기가 어려워 책을 읽는데 시간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영도 작가를 좋아하여 작가가 집필한 모든 책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 중 제일 좋아하는 눈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를 읽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몇 번 째인지는 모르겟지만 이번이 최소한 3번 째 읽는 것 같네요. 여러 차례 읽으니 이 책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이번에 읽을 때는 마음에 드는 구절을 써놓고, 나중에 필사를 해보며 곱씹어보았습니다.
여러 부분을 써놓고 보니 공통된 주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구절들이 있어 해당 내용들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3권 p.128 사모페이와 유료도로당 일원의 대화.
“사모 페이, 유료도로당원은 여행자의 목적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저는 그들이 잘한다, 혹은 못한다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길을 준비하는 자로서, 저는 앉아서 신의 도래를 기다리느니 목적지가 죽음이라도 일단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호의를 느낍니다. 어차피 모든 생의 정착이 죽음이라면 그들이 유달리 특별한 선택을 한 것도 아닙니다.”
3권 p.210 륜과 시우쇠의 대화
“먼저 전쟁을 일으킨 것은 한계선 이남의 나가들입니다. 설마 피가 차가운 저 동족들이 적은 죽고 자신은 죽지 않는 것이 전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전쟁을 시작했을 때부터 그들은 그런 각오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또 이것 저것 끼워 맞추는군.”
“뭐라고요?”
“불은 네거다. 그리고 네가 그러고 싶어서 태운거지. ‘불탈 만한 짓을 했다. 그렇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너절해. 집어치우라고. 그냥 속시원하게 ‘이유따위 묻지마라, 불을 가진 것은 나다.’ 라고 외치며 태워줄 수는 없나? 칼을 가진 사람은 찔러 죽이고 불을 가진 사람은 태워 죽이는 거다. 갇힌 여신의 신랑. 이빨 달린 놈이 물어 뜯고 발톱달린 놈이 할퀴듯이. 그것 뿐이야.”
4권, p78
능숙한 춤꾼이 춤채를 휘두르는 것에 이유가 있습니까? 그런 이유는 없습니다. 춤꾼이 오른팔이나 왼팔을 들어올리는 것, 혹은 도약하거나 회전하는 것에 이유는 없습니다. 그럴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합니다.
…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있어서 그렇게 한겁니다.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것을 막는 것은 도덕이나 윤리가 아닙니다. 할 수 없다는 불가능성입니다. 오직 할 수 없는 일만 무시됩니다. 왜 아무도 하늘치에 올라가지 않으려 하는지 아십니까? 아무도 하늘치에 오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시도됩니다. 그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어떤 춤꾼은 닐렀지요. 춤꾼이 춤을 추는 까닭은 그곳에 춤채가 있기 때문이라고. 살아있다는 것은 그런 겁니다.
4권 p.315 세리스마의 독백
토끼가 표범에게 불살의 노력을 말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토끼도 그 말에는 웃을 겁니다. 저는 태어난 대로, 생긴대로 살라는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야 말로 죄입니다. 자기는 약하니까 표범에게 먹혀야 된다고 믿는 토끼입니다. 토끼는 자신을 부정의 대상이 아닌 긍정의 대상으로 바꿉니다. 표범보다 약한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자신을 선택하는 대신 표범보다 작아서 잽싸게 토끼굴로 뛰어들 수 있는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자신을 선택합니다. 도망치는 토끼는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어떤 제한도 두지 않습니다.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제한을 두지 않으려 했습니다. 자기 자신이라는, 세상에서 완전히 긍정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대상에게 제한과 족쇄를 두는 것이 죄입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는 이유로 제신들과 제 계획 때문에 죽어간 북부의 모든 사람들 앞에서 용서를 구하지 않겠습니다.
“빌어먹을 네 말은 헛소리다. 그렇다면 능력만 되면 누구든 다른 사람을 닥치는 대로 죽여도 된다는 거냐!”
“ 그것이 제 죄입니다. 저 자신의 마지막 한 부분에 끝까지 제한을 두었다는 것이 제 죄입니다. 저는 저의 마지막 한부분을 긍정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것을 죄로 생각합니다. 다름을 긍정할 수 있는 능력. 저는 그것에 제한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제한에 빠져 있는 비아스의 모습을 견딜 수 없습니다. 자기와 다른 세상 따위 부정해 버리고 없애버리려는 그 모순을 견딜 수 없습니다.
위에 써놓은 내용들은 사람이 어떤 것을 하는 이유에 대해 얘기합니다. 사람이 나쁜 짓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책에서는 할 수 있기 때문에라고 답을 하지요. 다르게 말하면 별 이유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행위에 이유를 찾습니다. 전쟁을 왜 벌였는가? 왜 때렸는가? 왜 죽였는가? 나쁜 행위에 대해서 명분을 찾습니다. 본인의 종족의 번영을 위해서 전쟁을 벌였다고 하고, 상대가 전쟁을 먼저 벌렸기에 그에 응하여 죽였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나쁜 행위에 대해서만 이유를 찾지만 좋은 행위 혹은 중립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이유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왜 착한일을 할까요? 본인의 손해를 감수하고 착한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부를 하면 제가 가진 돈은 없어지만 유의미한 가치를 눈앞에서 보기는 어렵습니다. 창업은 왜 할까요? 등등.. 여러 생각들이 듭니다.
이렇게 행위 들에 대해서 이유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드는 생각은 본인을 납득시키기 위해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회사를 그만 뒀을 때도 단순히 감정적으로 선택했다기 보다는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제 스스로가 납득함으로써 그 선택을 돌아보았을 때 잘못된 선택이 아니였음을 되새길 수 있게 하고, 앞으로 할 선택에 이전의 선택을 반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유를 가능한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책에서도 륜이 사람을 태웠을 때 그 이유를 도덕에서 찾고, 남에게는 내색을 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 일 것 같습니다. 본인이 한 행위에 매몰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선택의 이유를 찾고 앞으로의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다르게 말하면 앞으로도 사람을 태워 죽이기 위해서 태워 죽일 이유를 찾는게 아닐까요.
다른 생각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위해 이유를 찾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무언가 한다면 예측이 정말 어려울 겁니다. 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한번에 물을 2L를 먹거나 2층에서 뛰어 내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다른 사람과 같이 살아가기에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너무 이상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합니다. ( 물론 문화권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고 한국이 눈치를 좀 많이 보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랬을 때 자신의 행위의 이유를 생각하고 타인에게 설명을 함으로 써 자신이 그렇게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증명하는 것 아닐까요. 너무 급해서 2층에서 뛰어내렸다면 조금은 설명이 되지만 그냥이라고 하면 얘는 미친건가라고 생각이 드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보다는 제 스스로를 납득 시키기 위해서 이유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피를 마시는 새를 지금 읽는 중이긴 한데 피마새에 나오는 엘시는 바른 일만 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을 납득시키기 위해 이유가 없다면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는 극단이지 않나 싶네요. 피마새를 읽으며 또 생각할 거리일 것 같습니다.
이 내용 외에 필사한 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여기에는 내용을 써놓지는 않고 몇 구절과 제 생각만 간단히 적어놓겠습니다.
- 4권 p.398 우리가 기다리는 완전성은 최소한 불완전성의 반대 개념이 아닙니다.
-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완전성은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할일을 잘했다라고 한다면 다른 사람이 트집잡을 여지 없이 수정할 것도 없을 정도로 끝마쳤다라는 느낌이니까요.
- 책에서는 완전성이 그런 개념이 아닐거라 말하지요.
- 책을 읽고나니 저도 동의하는 편이긴 한 것 같습니다. 사람이 생각하는 완전성은 현재로서는 완전해보이더라도 나중에 보면 완전하지 않을 테니까요. 지금 봤을 때 완벽히 잘해보이는 결과물은 현재의, 본인의, 본인 주변 사람의, 관점에서 완전한 것이지 나중에는 아쉬운 부분이 보일 수도 있고요.
- 옛날부터 지금까지 영속하고 있는 개념이나 실체가 있나 생각해보면 당장에 떠오르지도 않습니다. 원자, 분자의 경우도 빅뱅 시기에는 지금의 형태가 아니였습니다.
- 수학적 개념은 어느정도 완전해보이긴 하는데 자신이 있지는 않네요. 1+1=2라는 것은 특정 공리에서 참이겠지만 다른 공리에서는 참이 아닐 수 있지 않나요? 그렇다면 '어떤 공리 체계에서 1+1=2는 참이다'라고 constraint 안에서의 완전성을 주장해볼 수 는 있을 것 같네요.
- 2권 p.557 그렇다면.. 이제 대충 어떤 전개가 되는 건지 알겠군. 내가 왕위에 오르고, 북부인들을 지휘하여 내 동족들과 싸우고, 그리고 내 동족들은 배신자인 내 존재를 깨달은 다음, 심장탑에 보관된 내 심장을 파괴하는 것이군. 그리고 나는 죽는 것이군.
- 눈물을 마시는 새는 전체를 위해 희생하는 소수입니다. 왕은 전체를 위해 희생하여 전체를 유지합니다.
- 책에서 나오는 비유는 낙엽이 있습니다. 낙엽은 나무가 살아남기 위해 기꺼이 희생을 합니다. / 희생이라고 할 수도 있고 나무의 나머지 부분이 공격했다고 할 수도 있고요.
- 이걸 보면 조직의 부흥을 위해 외부에 적을 만드는게 생각이 납니다. 조직이 외부에 적이 없으면 내부에서 싸우기 때문에 외부 적을 임의로 만든다는 것이였죠.
- 그럼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떤 임의의 집단은, 적대되는 존재가 있어야만 존재가 유지할 수 있는가? 다르게 말하면 집단의 특성으로 적대 존재의 유무를 꼽을 수 있는가? 보통은 집단을 구성하는 주요 특성을 집단 내 구성 요소의 공통점을 짚는데 공통점 오이ㅔ 이런게 특성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여기서 생각이 더 확장되지는 않았네요.
- 4권 p. 384 환상벽과 나눈 대화에 의해 라수는 이미 지도그라쥬의 동향을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 사람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라수는 키베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해서 키베인을 다루지 않습니다. 키베인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음으로써 키베인이 자신이 원하는대로 행동하게 만들려 하죠.
- 저는 이과라 그런지 사람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지는 않았습니다. 단순하게 투명하게 요청으로 하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려는 편입니다. 이런 설득이 잘 될 때도 있지만 안될 때도 있습니다. 안되는 경우에는 i) 기술적인 내용이 너무 복잡해서 이 내용을 모두 이해를 못하는 경우, ii) 논리의 영역이 아닌 경우 (그냥 이러고 싶어서, 심리적인 저항감 등등) 정도가 있을 것 같네요.
- i)번의 경우 어쩔 수 없지만 ii)의 경우 하고 싶게 만들 수 있으면 제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 같아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싶긴합니다. 위 내용은 책에 나오는 것이기에 현실에도 적용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솔직하게만 대하는게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 4권 p21. 나는 후회한다. 내 모든 것으로 후회한다.
- 극연왕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해주는 것 보다도 자신의 적을 처단하는데 노력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알려고 하기 보다 적을 알려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생각보다 적의 생각을 알려고 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야 비로소 후회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올 수 있게, 그에게 찾아갈 수 있게 길을 놓습니다.
- 소중한 것이 가까이 있기에 오히려 소중히 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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